시장가로 샀는데 체결 내역을 열어 보니 화면에서 본 가격보다 조금 비싸게 산 것으로 찍혀 있을 때가 있습니다. 거래소가 오류를 낸 것도, 따로 돈을 떼어 간 것도 아니죠.
이 차이는 시장가 주문이 호가창에서 체결되는 방식에서 나옵니다. 이 글에서는 시장가 주문이 체결되는 순서와 슬리피지가 커지는 조건, 그리고 시장가를 써야 할 때와 피해야 할 때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시장가 주문 뜻과 체결 가격이 화면과 다른 이유
시장가 주문(Market Order)은 가격을 정하지 않고 지금 바로 사거나 파는 주문입니다. 주문을 넣는 순간 호가창(Order Book)에 걸려 있는 반대편 주문 중 가장 유리한 가격부터 체결됩니다.
그래서 체결은 거의 확실하지만, 얼마에 체결될지는 미리 정해지지 않습니다. 화면의 현재가는 마지막으로 체결된 가격일 뿐이고, 내 주문이 그 가격에 체결된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가격을 정해 두고 기다리는 지정가 주문과 어떻게 다른지는 지정가 주문 글에서 다뤘습니다.
시장가 매수가 호가창에서 체결되는 순서
시장가 매수는 가장 싼 매도 호가부터 사들이고, 그 호가의 물량이 바닥나면 다음으로 싼 호가로 넘어갑니다. 시장가 매도는 반대로 가장 비싼 매수 호가부터 차례로 내려가며 팝니다.
거래가 적은 코인의 현재가가 1.000 USDT이고 매도 호가가 아래처럼 쌓여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상태에서 2,000개를 시장가로 사면 세 칸에 걸쳐 체결됩니다.
| 매도 호가 | 남아 있는 물량 | 이 호가에서 산 금액 |
|---|---|---|
| 1.000 USDT | 500개 | 500 USDT |
| 1.010 USDT | 500개 | 505 USDT |
| 1.030 USDT | 1,000개 | 1,030 USDT |
| 합계 | 2,000개 | 2,035 USDT |
2,000개를 사는 데 2,035 USDT가 들었으니 평균 체결가는 1.0175 USDT입니다. 화면에서 본 1.000 USDT보다 1.75% 비싸게 산 셈이죠. 같은 코인을 500개만 샀다면 첫 호가에서 전부 채워져 1.000 USDT에 체결됐을 겁니다.
슬리피지가 커지는 조건: 주문 크기와 호가 두께
이렇게 예상한 가격과 실제 체결 가격 사이에 생기는 차이를 슬리피지(Slippage)라고 합니다. 주문이 호가를 몇 칸이나 먹고 들어가느냐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죠.
BTC처럼 호가가 촘촘하고 물량이 두꺼운 시장에서는 웬만한 개인 주문이 첫 호가 근처에서 끝나기 때문에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거래량이 적은 코인이나 막 상장해 호가가 얇은 코인, 큰 뉴스로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는 순간에는 같은 금액으로도 여러 칸을 건너뛰게 됩니다.
주문하기 전에 호가창을 열어 내 주문 크기가 첫 몇 칸 안에서 채워지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 안에 다 들어가지 않는다면 주문을 나눠 넣거나 지정가로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시장가 주문 금액 입력과 수량 입력의 차이
주문 화면에서는 보통 시장가 주문을 금액(총액)이나 수량 중 하나로 입력합니다. 금액으로 넣으면 쓸 돈이 고정되고 받는 수량이 달라지며, 수량으로 넣으면 받을 수량이 고정되고 나가는 돈이 달라집니다.
위 예시라면 금액으로 2,035 USDT를 넣었을 때 2,000개를 받고, 수량으로 2,000개를 넣었을 때 2,035 USDT가 나갑니다. 체결되기 전에 호가가 움직이면 금액 입력은 받는 수량이, 수량 입력은 나가는 금액이 바뀌는 거죠. 참고로 국내 거래소 업비트(Upbit)의 원화 마켓은 시장가 매수는 주문 총액으로, 시장가 매도는 수량으로 넣게 되어 있습니다.
시장가 주문 수수료: 테이커 요율과 레버리지에서의 비용
시장가 주문은 호가창에 걸려 있던 주문을 가져가는 쪽이라 언제나 테이커(Taker)로 체결됩니다. 바이낸스(Binance) 선물처럼 메이커 수수료를 테이커보다 낮게 받는 거래소가 많아서, 같은 거래라도 시장가로 하면 수수료가 조금 더 나갑니다. 정확한 요율은 계정 등급과 상품마다 다르니 거래소 수수료 표에서 확인하세요.
레버리지를 쓰는 선물 거래에서는 수수료와 슬리피지가 증거금이 아니라 포지션 크기에 붙습니다. 위 예시의 2,035 USDT 포지션을 10배로 잡았다면 증거금은 약 203 USDT인데, 슬리피지 35 USDT는 이 증거금의 약 17%에 해당합니다. 진입하자마자 손익이 그만큼 깎인 채로 시작하는 셈이죠.
시장가 주문을 써야 할 때와 지정가가 나은 때
시장가가 맞는 때는 가격보다 지금 체결되는 것이 더 중요할 때입니다. 손절가에 닿아 포지션을 빨리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대표적이죠. 손절가에 닿으면 시장가로 빠져나가는 스탑 시장가(Stop Market) 주문을 미리 걸어 두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손절가를 정하는 방법은 레버리지 글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급하지 않은 진입이나 호가가 얇은 코인, 큰 금액을 거래할 때는 지정가가 낫습니다. 몇 분 더 기다려도 손해 볼 일이 없다면 굳이 슬리피지와 테이커 수수료를 낼 이유가 없으니까요.
시장가는 속도를 사는 주문입니다. 그 값은 슬리피지와 테이커 수수료로 치릅니다.
시장가 주문 자주 묻는 질문 (FAQ)
시장가 주문은 취소할 수 있나요?
넣는 즉시 체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취소할 틈이 없습니다. 주문 버튼을 누르기 전에 수량과 매수 · 매도 방향을 한 번 더 확인하세요.
시장가 주문의 실제 체결 가격은 어디서 확인하나요?
주문 내역이나 체결 내역에서 평균 체결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 호가에 나눠 체결됐다면 호가별 체결 건이 따로 찍히기도 합니다.